해가 어스름이 뜨는 시간, 주산 저수지 가득 안개가 가득하다. 아침저녁의 온도차가
클수록 안개의 깊이는 더욱 깊어 갑니다. 안개의 깊이가 옅어질 때면 저수지 주변을 가득
채운 30여 그루의 왕버들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왕 버들은 뿌리를 저수지 바닥에 박아 놓
은채 시간의 변화를 멈춘 듯이 우리를 마주 합니다. 주변의 변화가 없다면 아마도 내가
조선 시대에 있는 듯할 것입니다..
산 등성이 사이로 햇살이 날카롭게 비쳐올 때면 가득했던 안개를 물러나게 하고, 햇볕으로
그 자리를 가득 채워줍니다. 그럴 때일수록 주산 저수지 물속 바닥에 자리한 나무들이 자신
들을 기억 하라고 하는듯 모습을 드러냅니다.
색색들이 물든 주변 산들과 햇살 가득 머금은 주산 저수지가 너무나 아름답게 잘 어울
리고 있읍니다.
주산 저수지는 인공적 저수지이다. 1720년 조선 경종 원년에 시작하여 1여 년 만에 완공
된 저수지입니다. 지난 300여년의 시간이 흐를 동안 왕버들의 밑동이 보일 때도 많았지만
저수지 자체가 말랐던 적은 없다합니다. 이유는 화산재가 엉겨 붙어 치밀하고 단단한 암석이
바닥에 있다고 합니다.
주산 저수지가는 길은 상당히 불편합니다. 주차장이 새로 정비 되어 있기는 하지만, 주차장
에서 주산 저수지까지 가는 길은 황토길로 다듬어 져 있긴 하지만 일반 보도나 아스팔트에 길
들어 있는 불편하게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또 새벽녘부터 안개 가득한 주산 저수지의 절경을
보기 위해 많은 차들이 주차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주산 저수지까지는 10여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가는 동안 들려오는 새들의 소리가 잠을 깨워 줍니다.
가을이 가득 담긴 주산 저수지는 소설의 구성과도 같습니다.기승전결이 뚜렷합니다. 차에서
내려서 주산 저수지까지 가서 해무 가득한 저수지를 보고, 해무 걷힌 주산 저수지를 본다는 것
은 스토리 좋은 소설 한권을 읽은 느낌입니다.
짙어가는 가을 10월 중순 즈음하여 가을이 가득 담긴 주산 저수지를 가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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